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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7 03:46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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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나는 대중사우나를 잘 이용하지는 않지만 가끔 대낮에 가보면 나 스스로 실소를 머금을 때가 많다. 보기에도 우스꽝스런 모양하며, 게다가 일부러 그런 것처럼 틀린 철자법으로 보는 사람의 배꼽을 쥐게 하는 문신이 많은 것을 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웃긴다고 해서 그들 앞에서 대놓고 웃음을 터뜨릴 수는 없는 노릇 이고, 다만 나라면 저렇게 했을까 하는 상상만을 다시 해본다. 내가 일본에서 잠시 장기 출장을 했던 몇 년 전, 여름이 생각난다. 그 해는 무지막지한 폭염으로 일본의 서해안을 기점으로 신설되었던 실내 돔 형식의 수영장들은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유달리 몸을 새까맣게 태우면서 머리는 노랗게 물을 들이던 그 당시의 일본 젊은이들의 유행으로 말미암아 수영장은 흡사 남국의 어느 해안가를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 당시 한국에는 없었던 초대형 개폐식 천장이 있던 해변 가의 대형 파도 풀장은 개막과 더불어 일본의 명소로 떠 올랐고, 전철의 내부 천장에 미친년 치맛자락 처럼 덕지덕지 붙어있던 광고판넬 에도 그 수영장의 선전은 빼놓질 않고 자리했었다. 나는 일을 보기 위해 동경 시내로 전철로 출퇴근을 했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있었던 우에노와 신주꾸의 뒷골목 구경에 온 등이 땀띠 범벅 이었는 데도 불구하고 쌕을 둘러맨 채, 온 종일을 싸돌아 다니 곤 했다. 한국 사람과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것 같은 일본사람도 한 달이 넘도록 있다 보니 이제는 구분이 갈 정도로 그 차이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가고 있었고, 관광객들이 주로 다니는 곳을 피해서 일본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식당과 마켓 등을 발품을 팔면서 빠삭 하게 섭렵해가는 중 이었다. 그 당시는 지금의 보아나 다른 가수들 처럼 한국 가수가 일본 열도를 치고 들어가는 과정이 아니어서 일본 사람들은 겨우, 조용필씨나 김연자씨 정도만을 들어서 알고 있을 뿐이었다. 매번 갈 때 마다 놀랐던 것은 일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소비성향, 바로 그 것이었다. 살기가 각박할 정도로 물가가 높고, 빡빡했지만 그들은 언제나 음악에 매달려 있었고, 젊은이들은 게임에 열광하고, 모든 국민들은 만화에 지극한 정성을 바치고 있다는 표현이 옳을 정도로 그 분야에 쏟아 붓는 돈들을 아까워 하질 않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그로 인해, 그들의 삶은 괴롭고 틈이 없는 것 같아도 만화와 음악, 게임이라는 비현실성이 농후한 주제를 현실적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특이한 민족성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우리와 달랐다. 우리가 보고 배운 것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인데, 그들의 배움 속에는 현실의 각도를 상상 속에서 왜곡되게 보는 것조차도 필요한 일이라고 가르치는 것 같았다. 항상 일본이 답습한 나쁜 것들을 한국은 수정 없이 받아들여 곪아터진 채로 그 문화를 수입한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기에 나는 일본에 있는 동안 만큼은 누구보다도 객관적으로 그들을 평가하려는 의지가 강했다고 기억된다. 그들의 태도에서 나는 일본 사람들이 자신들을 대변하는 한 줄의 표현이 아주 적절하지 않는가 하는 것을 매번 느꼈다. 한 손으로는 가슴속에 비수를 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국화꽃을 건넨다는 그들의 표현…아무튼 얼굴이 비슷하다고 해서 무조건 적인 친밀감을 표시하기에 그들은 조금 거리를 두어야 할 민족인 것 만은 틀림 없었다. 나는 수영도 잼뱅 이었고 , 게다가 체격도 볼품이 없는 관계로 해수욕이나 여름을 겨냥한 스포츠와는 상종을 안했던 것이 사실 이었다. 그러나, 여름 한 철, 그것도 다른 나라에서 찌는 듯한 오후를 길거리만을 싸돌아 다니는 것으로는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었다. 그래서 전철에서 본 그 수영장을 한번 가 보기로 했다. TV에서도 연일 그 야외의 파도 수영장을 선전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고, 서핑이 가능할 정도의 넘실대는 파도에다가 비나 겨울이 와도 천장의 대형 돔이 자동적으로 닫히면서 기가 막힌 실내 수영장으로 바뀌어 지는 그 곳을 갖다 오지 않고서는 일본에 있었다는 말을 꺼내기도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느 때처럼 쌕을 짊어지고 전철지도를 벗삼아 우라와 역에서 전철을 탔다. 내가 일본에 처음 가서 놀랐던 것은 한국처럼 마중 나오는 사람이 차를 갖고 나올 거라는 기대가 꺾일 때부터 였다. 공항 내에서 그냥 오픈 된 채로 스텐드 표지판만 달랑 서있는 흡연구역도 놀라운 일의 하나였지만 입국한 층에서 두 층을 내려가자, 바로 전철로 연결되는 편리한 시스템도 그 당시 경이로움의 하나였다. 지금이야 인천 공항의 시설이 월등한 수준이지만 서도…나는 여행용 가방을 들고서, 마중 나온 사람의 설명을 들으며, 어째서 일본의 시내 곳곳의 전철역에서 항공여행 가방을 끌고 다니는 사람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서울과 같은 리무진 버스 서비스도 있었지만 동경시내를 진입하기에 걸리는 시간을 어쩌지 못해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중을 포기한 지 오래고, 그나마 공항에 마중을 가려는 사람도 여권을 소지해야만 공항 내에 들어갈 수가 있기 때문에 그 불편 함으로 인해 서로가 공항에서의 만남은 꺼리고 대신 집에서 대부분이 환송을 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집 앞에서 탄 전철이 공항까지 바래다 주니 그러한 문화는 자연적으로 부작용 없이 정착되어 가는 것 같았고….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가다가 드디어 들뜬 마음으로 그 파도 풀장에 도착했다. 입구에 도착해서 나는 한동안 괜히 왔나 싶은 생각에 실망감이 앞섰다. 입구에 표시되어 있는 제한인원의 표지 판에 불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날 수용해야 될 인원이 다 찼다는 표시였다. 그들은 안에서 한 사람이라도 나오지 않으면 들여 보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원칙적인 밀어내기 상황이었다. 요런 무식한 것들을 봤나? 그 안에 빼곡히 서있지 않는 다음에야 융통성 있게 조금 들여보내 주지.쩝쩝..가는 날이 장날 이라고 나는 오지게도 재수없는, 인파가 피크를 때리는 날을 골라서 온 것이었다. 나는 입구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쭈그리고 앉아서 만화를 읽고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까지 닦여져 왔던 나의 감각으로 볼 때 그녀는 한국인 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일본말로 된 만화책을 들고 있기에 나는 어설픈 일본어로도 말을 건네기가 쉽질 않았다. 40분 정도를 기다려도 폭염이 작열하는 수영장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 여자는 만화를 보다가 이내 지쳤는지 갖고 온 백안에 만화를 넣고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얀 핫팬츠에 쭉 뻣은 각선미가 기가 막힌 스타일 이었다. 그녀는 헤드폰을 끼고 선글라스를 쓰더니만 대열에서 이탈해서 돌아가려는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미모는 둘러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 그녀는 그 시선을 즐기는 듯한 얼굴로 입구를 뒤로 했다. 나는 그 여자가 한국 사람인가를 꼭 확인하고 싶은 생각에 몇 발자국 그녀와 같이 보조를 맞추어 걷기로 했다. 이미 수영장에 들어가기는 글렀고, 타지에서 만끽하고 있는 자유로움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그런 용기가 솟았는가 싶었다. 사람들의 무리에서 조금 떨어져 나왔을 때, 나는 다짜고짜 한국말로 물었다.



‘한국 분 이시죠?’



끝 말을 이시죠 라고 물은 것은 단정적으로 질문 해야 도망갈 여지가 없이 대답해 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세월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일본 현지에서 느끼는 일본 사람의 한국인에 대한 편견은 알게 모르게 사회 전반에 퍼져 있어서 한국 동포끼리도 외부에서는 일본 사람의 눈총을 받지 않기 위해서 일본 말을 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지만 그래도 한국 사람임을 확인하기에 강꼬꾸 진 이라든가 어설픈 일본어 보다는 다짜고짜 한국말로 묻는 것은 효과가 있어 보였기에…. 그들이 가장 저급하게 보는 민족은 중국 사람들을 제일로 꼽았고, 그 다음을 한국 사람으로 여기는 것을 사회 곳곳에서 피부로 직감할 수 있을 정도 였으니까…사실 경제 동물이라고 지칭하는 그들의 사고 체계상 돈을 쓰러 온 관광객에게는 누구보다도 내장을 다 내어줄 것처럼 친절하지만 그렇지 않고 이해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는 응대에 있어서 퉁명스럽고 귀찮아 하는 것 같은 광경을 하도 겪어서 일본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평판은 이미 잊은 지 오래 였다. 



‘한국에서 오셨어요?’



나는 일본말투와 억양이지만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애쓰는 그녀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됐어!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나는 내 판단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네, 아까 수영장 앞에서 뵈었는데 아무래도 한국분 같아서요.’



‘그래요? 우리 그이는 그 말을 별로 좋아 하질 않아서요…’



아뿔싸! 유부녀라니! 나는 맥이 탁 풀렸다. 그것도 하필 유부녀를 찍을 게 또 뭐람! 역시 내 눈도 이제 동태 눈깔처럼 상해 들어 가나봐. 으이그!!!



‘일본에는 놀러 오셨나 보죠?’



그녀가 보기에 관광객처럼 보였는가 보다.



‘아니오. 일 때문에 장기 출장을 와 있는데, TV에서 하도 선전을 하길래, 와 본다는 게 날을 잘 못 잡은 거 같네요.’



그녀는 전철을 타려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의외로 그녀는 야외 주차장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무작시리 비싼 주차비용을 아랑곳하질 않고 주차를 시킬 정도면 사는 데에 걱정은 없는 여자임이 분명했다. 게다가 대낮에 이렇게 차를 따로 끌고 나온 다는 것은 남편을 위한 다른 자동차 하나가 따로 있다는 얘기이고, 아파트 내에 1가족 1주차만을 허용하는 일본의 풍토로 보아 그 여자는 개인 주택에 사는 여자임이 분명했다. 일본에서 집을 갖고 산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으며, 차고가 없는 개인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차를 살 수 없었고 설사 있다 손 치더라도 집에 차고가 없으면 반드시 주택가 근처에 있는 공용 주차장에 세워 놓아야 했기 때문에 그녀의 삶의 여유는 그 한 순간에 바로 판단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주차비가 비싸죠? 저는 그래서 전철만 타고 다녀 봤어요.’



‘아, 그러세요? 어디에 계세요?’



‘저는 우라와의 세까이 호텔에요. 호텔 이라기 보다는 작은 모텔에 더 가깝죠.’



‘어딘지 압니다. 저희 집이 거기서 멀지 않아요. 그 호떼루의 바로 앞에는 마끄도르 나르도가 있고, 옆에는 빠찡꼬가 있죠?’



나는 그녀가 한국 말을 잊지는 않았으되, 많은 부분이 일본화 되어 있음을 느꼈다. 호텔을 호떼루라고 하는 것이며, 맥도날드를 그렇게 부르는 것을 보아도 그랬다.



‘같이 타시지 않겠어요? 다시 돌아 갈려면 어차피 혼자인데…’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전철표 값을 하나 건졌다기 보다는 같은 한국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좋았다. 게다가 시원한 차 안의 냉방이 솔직히 더 그리웠고…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숨길 것은 없었다. 나도 결혼 한 몸이지만 수영장 앞에서는 솔직히 처녀인 줄 알고 실례할 뻔 했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섞어가며, 얘기하는 통에 그녀는 운전을 하면서도 웃음을 멈 출 줄을 몰랐다. 



‘일본 사람들이 바깥에 비추어지는 것처럼 정조 관념이 없는 것은 아니죠. 혼전에는 어느 나라 못지 않게 프리섹스가 강렬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과거를 묻지 않는 그네들의 풍습으로 인해 어떤 나라 보다도 결혼한 사람의 정조 관념은 센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유부녀를 건드렸다는 얘기는 무슨 무용담처럼 떠 돌기도 하구요. 싱글이 아닌 다음에야 유부녀를 건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나는 일본의 난해한 관점에 이해가 가질 않는 부분이 많았다. 넘치는 음란물에 비치는 일본은 그저 섹스 지상주의 같은 분위기 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랬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을 오락에 담았다고나 할까요? 모두가 섹스에만 열중하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섹스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은 것 아니겠어요?’



역시 그들은 경제성을 섹스에도 결부시키고 있었다. 서로가 섹스를 원하려면 갖추어 져야 할 조건들이 한국 사람들 보다 많다는 얘기로 들렸다.



‘그럼, 포르노나 인터넷에 떠도는 것들을 다 믿어서는 안되겠네요?’



‘그들은 섹스를 그들이 좋아하는 나또와 같다고 생각하니까요.’



나또는 일본 성인들이 좋아하는 발효식품 중의 하나로 콩이라는 의미다. 우리로 말하면 된장 같은 것이었다. 막부시대 때에 우연히 발견된 것으로 그 당시의 가장 주된 군량식은 콩이었다고 한다. 그 콩을 옛날 새끼줄로 꼬아 만든 계란두룸처럼 만든 곳에 보관해서 싣고 다니며 전쟁을 했다고 하는데, 퇴각하는 진영에서 군량식을 빼앗길 것을 염려한 나머지 땅에 파묻고 퇴각했다가 다시 와서 파보니 땅 속에서 그 콩이 발효되었는데 맨 처음에는 상한 것 같아서 버리고 갈려다가 먹어보아도 괜찮아서 정착된 것이 이제는 건강식처럼 일본 사람들의 밥상에 거리낌 없이 올라가는 주식으로 바뀐 것이 유래였다. 냄새가 청국장 같지만 그 콧물이 주루륵 흐르는 형상의 띄운 콩에 간장과 파, 와사비를 약간 쳐서 따끈한 밥 한공기와 비벼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지 우리 아이들이 김치를 멀리하는 것처럼 일본의 자라나는 세대들도 점차 나또를 기피하는 형국이었다. 나도 맨 처음에 그 냄새와 입안에서의 느낌이 찝찔해서 먹기가 꺼려졌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먹을 만 했기에…



‘어째서 그렇죠?’



‘분명히 맛이 있는 것을 알고는 있는데 먹으려면 양념이 필요하고, 냄새를 감수 할 만한 경험이 필요한 것이 섹스와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주 그럴 듯한 표현 이었다.



‘결혼 하신지 얼마 않 되셨나 봐요? 참, 이름도 못 물어봤네. 저는 이도훈 이라고 합니다.’



‘제 이름은 미쯔야마 유끼입니다. 귀화전의 한국 이름은 현아, 김현아고요.’



‘아, 귀화 하셨군요. 저는 또…’



‘남편이 일본 사람이라서 귀화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아직까지 어머님은 한국국적을 갖고 계세요. 민단에서 활동도 열심히 하시고요. 남편이 싫어하긴 해도…’



그녀는 나에게 목욕탕에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목욕탕이요? 하고 되 묻자, 한바탕 웃는 것이었다.



‘그냥 목욕탕이에요. 사우나가 아주 크거든요. 조총련계 거부가 지은 것인데 우라와의 명소 인데 못 가보셨어요? 참 좋은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지 땀을 많이 흘렸어요.’



나는 처음 본 남자에게 목욕탕을 같이 가자는 말에 내심 놀랐지만 그저 사우나란 말에 풀이 죽고 말았다.



‘조총련 이라면 북쪽의….’



나는 말끝을 흐렸다. 



‘이곳에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남쪽과 북쪽에 대한 구분은 이제 의미가 없어요. 실제로 조국을 떠나 온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일본 사회에 속해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 누가 나쁘다 좋다 하는 판단은 이제 말싸움에 불과 하다고 여기 거든요.’



우리야 남북이 대치되어 있는 상황이고 전쟁을 겪은 터라 이제는 쓰지 않는 괴뢰 도당이니 빨갱이 같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단어들을 상기하면서 긴장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남한과 북한은 한 땅덩어리 안에 줄을 긋고 체제를 달리하고 살아가는 두 나라로 밖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법도 했다. 목욕탕이라고 했지만 그 규모는 커다란 4층짜리 대형 건물을 모두 사용하는 방대한 것이었다. 입구 1층에 있는 목욕하는 곳만 구분 되어 있을 뿐이지, 2층과 3층은 대형 식당, 오락장, 영화관, 수면실 등이 갖추어진 호화판 위락시설 이었다. 나는 표와 목욕 가운을 받아 들고 욕실 안으로 들어가서는 깜짝 놀랐다. 항상 사람들이 이래서 일본 사람들은 쌍놈이라고 하는가 보다 라는 평처럼 남탕에는 버려진 비누 껍질이며, 쓰레기를 치우는 여자들이 청소원 복장으로 거리낌 없이 들락 이고 있었고, 남자들도 의례 그런 듯이 눈 하나 껌쩍 하질 않고 있었다. 게다가 서울의 때미는 간이 침대처럼 보이는 곳에 알 몸을 드러낸 채, 안마를 받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나는 더욱 놀라고 말았다. 안마를 해주는 사람이 여자 였던 것이다. 나이는 한 40중반 처럼 보이는데 누어서 몸을 맡기고 있는 남자들도 별반 느낌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안마를 하는 여자도 거리낌이 없었다. 단지 여자들은 복장을 갖추고 안마만을 위해서 이 곳에서 일을 한다는 표정이었다. 나 혼자만 수건으로 그 여자들이 볼새라 별로 실하지도 않은 물건을 가리기에 급급해 하는 꼴이 우습기만 했다. 더 가관인 것은 목욕탕과 연결된 작은 마당 이었다. 마당에는 썬텐 용 안락의자가 늘어서 있었는데, 담을 사이에 두고 옆집의 창문이 다 보이는 데에도 불구하고, 그 의자에 누워서 불알을 축 늘어뜨리고 잠이 든 사람들이 꽤 많았다. 옆집에서는 유리창만 열면 공짜로 남자들의 나체를 실 컷 감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여자 쪽에도 이렇게 되어 있다면 좋을 텐데 라는 음흉한 생각 마저도 하고 있었다. 목욕을 마치고 알몸에 가운을 걸치고 카운터 옆의 작은 휴게실 의자로 나갔을 때, 그녀는 벌써 나와서 그 당시 히트 상품이었던 오후의 홍차라는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벌써 나와 계셨네요?’



나에게 같은 음료를 하나 더 뽑아서 건네는 그녀가 나를 보며 웃었다.



‘목욕탕 안에서 안 놀라셨어요?’



나는 놀랐다고 하면서 한국과 다른 풍경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일본 사람들끼리는 몸을 씻어 준다는 행위에 대해서 별다른 깊은 의미를 두질 않는 편이죠. 그래서 저도 목욕을 하러 가자고 권했 구요. 시장하지 않으세요?’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보기에도 반가운 야끼니꾸, 그러니까 불고기가 메뉴에 있었고, 김치도 마련되어 있는 바람직한 식당 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나는 되도록 그녀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내가 지불하겠다고 재차 당부했지만 그녀는 화장실에 다녀 온다고 하고서는 자신의 번호 앞으로 계산을 치루 고야 말았다. 나는 그녀에게 그럼 저녁이나 술을 살 수 있게는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녀는 늦으면 안되니 술은 그렇고 저녁은 대접 받을 수 있다고 허락했다. 둘은 서로가 서로의 상황을 확인한 사이라서 그런지 별다른 흑심이 오갈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안되었다. 그녀는 연신 웃고 있었으며, 그녀는 이국땅에서 만난 한국인에 대해서 150퍼센트, 응대에 최선을 다하는 듯이 보였다. 서로가 가운 하나만을 걸친 채, 살짝 살짝 보이는 그녀의 검게 그을린 넓적다리를 감상하면서 식사를 하는 것을 그녀는 알아 차렸을 것 같았다. 가슴은 신경을 쓰는것 같지 않아서 별로 앞부분을 여미는 것 같지 않았지만 보기에도 그 곡선이 만만치 않은 엉덩이 부분은 그 탄력으로 인해 입고 있는 목욕가운의 틈새를 끊임없이 벌어지게 하고 있었다. 나는 강화유리로 된 탁자의 밑으로 비쳐지는 그녀의 두 다리가 쉴 새 없이 좌우로 포개 졌다 풀어졌다 하면서 요염하게 드러나는 살결을 감상하는 것을 느꼈는지 식사가 중반에 접어 들었을 때에는 오히려 두 다리를 포개는 것을 멈추고 조금 다리를 벌린 채, 식사를 하였다. 나는 가끔 앞에 앉아 있는 상대를 의식하지 못하고, 듣기에도 부끄럽게 그녀의 다리가 벌어지는 것과 동시에 꿀꺽하는 침 넘어가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서울 같았으면 이런 상황은 서로가 예약된 섹스를 앞둔 전주곡 같은 상황 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이라는 문화의 굴레에 들어와 있는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저 단순한 식사 시간에 불과 한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으니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그녀에게 화제를 던졌다.



‘유끼상은 정말 결혼하신 분 같지 않게 젊어 보이네요.’



은근한 수작, 여기서도 먹힐까 몰라?



‘리상은 유부녀와 관계해 보신 경험이 있으세요?’



분에 넘치는 대답.



‘그럼요. 제가 보기에는 이래도 경험이 꽤 많지요. 요즈음 한국도 혼외 성교가 많이 개방되어 있는 시점이라 가정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순히 섹스만을 위해서 만나 본 여자 분들이 꽤 되지요.’



되도 않는 경험 타령! 내가 듣기에도 식상하다.



‘어떻든가요?’



‘글쎄요, 예전에는 무조건 싱싱한 젊은 처녀들이 좋았었는데, 요즈음은 아니에요. 섹스를 어느 정도 알고 즐길 줄 아는 여자가 더 좋아져요, 게다가 전문적으로 쾌락지향주의자 처럼 놀러 다니는 유부녀들 말고 우연하게 만난 유부녀들은 일단 안전하다고 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예정된 계획에 없던 섹스를 하게 되니까요. 콘돔은 하지만 에이즈도 무시할 수는 없고…’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고요. 느낌이 어떠했느냐는 것입니다.’



경험이 없나?



‘느낌이라, 여자들마다 달랐던 것 같아요. 사람이 틀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 섹스를 대하는 입장이 달라서 그런지 매번 새로운 감정을 느끼지요. 그렇다고 감정에 치우치는 것은 아니고요. 서로가 기약 없이 그 시간을 즐길 뿐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섹스의 과정일 뿐이라고 치부하기 마련이죠. 그래서 한번 만난 여자를 다시 주선해서 만나는 법은 없어요. 그렇게 되면 서로가 복잡한 길을 자초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섹스에 집중할 수가 없답니다.’



‘우라야마시-데스네!’



그녀는 부럽다고 탄복했다.



‘그럼, 부인에게는 잘해 주시나요?’



‘그럼요! 제가 가장 안락한 기분과 편안한 섹스를 펼칠 수 있는 사람으로는 아내가 최고죠. 못해보는 것들도 많고, 밖에서 만나는 여자들 처럼 금기시하는 행위들을 과감하게 할 수는 없어도 섹스가 끝났을 때, 옷을 입으면서 유일하게 부끄럽지 않은 여자는 아내 뿐입니다.’



‘부끄럽다는 말은 무슨 말이지요?’



‘다른 여자들과는 섹스라는 숙제가 끝나고 서로가 망중한을 즐기면서 누워 있기에는 무언가 계면쩍은 부분이 항상 남지요. 어서 옷을 갈아 입고 그 자리를 나오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뒤꼭지가 가려워서요. 제 성격이지, 많은 남자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아내에 대한 죄책감 인가요?’



‘아니죠, 죄책감이라는 것 보다는 섹스이외에 볼일이 없는 남녀가 벌거벗고 한 침대 안에 누워 있다는 것이 왠지 쑥스럽더군요. 그렇게 어색하지만 별다른 기약 없이 헤어진 후에는 왠지 모를 안도감 같은 것이랄까요? 그런 게 느껴지죠.’



‘안도감이요?’



‘그 말이 맞을 거에요. 내가 저 여인과 섹스는 했을지언정, 그것은 욕구의 분출,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는 일종의 책임회피를 위한 자신만의 자위 라고나 할까요? 그런 후감이 죄책감을 조금 덜해 주지요. 그렇다고 아내에 대한 죄책감이 깡그리 없다면 사람이 아니겠죠?’



그녀는 무슨 이상한 동물 보듯이 나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디즈니랜드 가실래요?’



나는 어리 둥절 했다. 아니 왠 뜬금없이 디즈니랜드? 오늘은 가자는 데도 많구만!



‘디즈니랜드요?’



‘동경 교외에 있는 도꾜 디즈니랜드요. 안 가보셨어요?’



나는 땀을 워낙 많이 흘리기에 이렇게 무더운 일본의 무더위 속을 통과하는 와중에 놀이동산 같은 곳에서 진을 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너무 덥지 않을까요?’



나는 사실 가기가 싫었다. 벌써 시간은 오후를 넘기고 저녁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놀이동산에 간다는 것은 술도 먹기 싫어한다는 유부녀를 따먹을 수 있는 기회를 보는 앞에서 발로 차는 실수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는 마지못해 승낙하고는 옷을 갈아 입었다. 그녀는 이곳에 그냥 키를 맡겨놓고 주차를 시키자고 했다. 거리도 거리려니와 목욕을 하고 있는 중이면 주차비가 공짜라는 이유 때문인 것 같았다. 그녀는 옷을 갈아 입고 지불을 하고 나왔는데도 아까 들고 있었던 가방이 없었다. 달랑 지갑 하나만을 손에 쥔 채 였다. 나만 바보 같이 옷을 입고서 꾸역꾸역 가방을 챙겨 나온 것이었다. 그녀는 잘 되었다면서 지갑을 봐 달라면서 내 가방에 자신의 지갑을 넣었다. 그리고는 연인처럼 팔짱을 끼는 것이었다. 나는 엉거주춤하는 자세로 서 있었는데, 그녀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섹스는 저보다 경험이 많으신 것 같은데 연애는 않 해보셨나 봐요. 하하하…’



그녀는 전철역으로 데려다 준다는 그 곳의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그녀는 기다리는 도중에도 덥지도 않은지, 내 팔을 계속 붙잡고 있었다. 버스에 오르고 나는 차내의 시원한 바람 덕에 살았지만 자리에 앉아서도 그녀는 내 팔을 풀 줄을 몰랐다. 버스에서 내려서 그녀는 표를 끊고는 전철에 같이 올랐다. 그녀의 검게 그을린 늘씬한 각선미와 핫팬츠로 거의 드러난 그녀의 두 다리는 전철 안의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 잡고 있었다. 환승역에서 디즈니랜드로 가는 신깐센 으로 갈아타고 나니 전차안이 한결 조용했다. 자리가 하나 나길래 나는 그녀를 앉히고 그 앞에 섰다. 그녀는 나를 올려다 보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한국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었다면 기절초풍 했을 것이다. 나는 이야기 도중에도 혹시 한국 사람처럼 생긴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까 자꾸만 살폈다. 그녀는 아까 사우나에서의 이야기를 연장해서 들으려고 했기 때문 이었다. 나는 순간, 그녀가 포개었던 다리를 풀어 다른 방향으로 다리를 포갤 때, 짧은 핫팬츠로 인해 거의 국부가 드러나듯이 걸치고만 있는 틈새 사이로 그녀가 팬티를 입고 있질 않음을 알았다. 나는 가슴이 콩콩 뛰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앞에 서 있었고 게다가 섹스를 주제로 한 얘기를 하고 있는 마당에 내 좇이 잠자코 있으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녀는 이야기 도중에 내 시선이 그녀의 음부쪽에 꽂혀 있는 것과 동시에 내 바지 앞이 점점 부푸는 것을 빠짐없이 보고 있었다. 나는 화제를 바꾸었지만 더 듣고 싶다며 보채는 사이,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와중에 다행스럽게도 그녀 옆에 자리가 비게 되었다. 나는 속으로 살았다라고 외치면서 발기된 내 좇을 숨기려고 다리를 포개었다. 



‘제 모습 때문에 흥분 되셨어요, 아니면, 얘기 때문이에요?’



나는 웃으면서 둘 다라고 대답하고는 창피한 미소를 머금었다.



‘한국이 아무리 개방되고 있어도 이런 공공장소에서 성적인 얘기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나 눌 수는 없지요. 저 사람들이 우리 말을 알아듣지는 못해도 간간히 섞여 나오는 섹스라는 단어에는 민감하게 반응 할 것 같아요.’



사실 그러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알아 듣질 못한다는 것 때문에 오히려 더욱 기승을 부리며,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언어가 갖고 있는 힘이었다. 우리는 6시가 거의 다 되어 디즈니랜드에 도착했다. 입구에 커다란 화원과 함께 꽃으로 글씨가 씌여진 토쿄 디즈니랜드라는 이름이 보이는 곳에서 그녀는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다. 같이 찍어도 될까? 나는 나중에 버리면 되지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디카가 보급되기 전이어서 인지 사진을 찍고 나서 그녀는 사진을 어떻게 돌려 받느냐고 농 비슷한 우스개 소리를 했다. 날씨는 정말 무더웠다. 바람은 동경만을 통해서 불어오고 있었지만 그것은 무더운 온풍과도 같았다. 그녀의 상의 블라우스는 이미 땀으로 등과 가슴 앞에 쩍 하니 붙어서, 확연히 그녀의 브래지어 선이 드러나고 있었고….그녀는 이름하야 청룡열차를 타러 가자고 했다. 나는 고속으로 강하할 때의 섬?한 느낌이 싫었지만 마지 못해 그녀를 따랐다. 일본의 신사를 축소해 놓은 것 같은 입구에서 나는 구조가 꽤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줄을 선 이후에 똥 밟았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정면의 입구는 뻥 뚫려 있었는데 양쪽으로 나뉘어져 꼬불꼬불하게 이어진 줄은 정말 신경질이 솟구칠 정도로 얌통머리가 없어 보였다. 줄잡아 청룡열차를 타기까지 100여명은 줄을 서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찌는 듯한 더위에 늘어선 사람들의 줄이 축소된 신사 같은 대기소에서 복작대고 있으니 그 안의 열기는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멋모르고 줄을 섰지만 그녀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등뒤에 바짝 붙어 서있는 나로서는 대단한 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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